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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감사하다. 간사하다.

Thoughts › Philosophy · 26.09.29

나는 사실 요즘 금주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절주에 가깝겠다.

아무래도 술을 먹어야 하는 자리들이 있고, 또 피할 수 없는 자리들이 있기 때문에, 상황 따라서 술을 먹어야 해서, 금주보다는 절주에 가깝다.

사실 원래도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고, 좋아하는 술도 맛있다는 술만 좋아했다. 대표적으로 와인을 좋아했고 또 맥주를 좋아했다.

특히 대학교 시절, 학교 앞에 세계맥주창고에 생맥주로 먹었던 "바이젠슈테판-비투스"를 매우 좋아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 특유의 바나나향이 나는 끝맛...
내가 먹어본 또는 기억에 남아 추억하는 가장 맛있는 맥주였다.
그래서 아직도 바이젠슈테판 비투스를 좋아한다고 꼽는다.

다만 문제는 한국에는 해당 맥주를 수입하는 회사가 독점으로 알고 있고,
그렇기에 취급하는 펍도, 해당 수입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써스티몽크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참 매우 슬픈 사실이다.

그래서 가끔 써스티몽크에 가서 먹고는 했는데, 물론 추억 보정인듯 무척 맛있다라는 느낌보다는, 이제는 추억을 마신다라는 느낌에 더 가깝다.

길고 긴 서두가 왜 있었냐면, 내가 그만큼 "바이젠슈테판-비투스"라는 맥주에 추억도 또 애정도 있다는 걸 좀 길게 설명했다.

오늘 그렇게 회사에서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 마트를 들렀는데, 내가 애정하는 이 맥주가 있었다는 그런 놀라운 사실을 좀 길게 설명한 것이다.

참 그래서 느낀 것이, 사람은 참 간사하다는 것이다.

요즘 뭔가 무료하고 조금은 울적해지고 우울해졌다 싶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마트에서 파는 걸 보고 덥석 집어들고 집에 오는길, 왜인지 기분이 좋았다. 괜한 집앞에 있는 길냥이에게 장난삼아 시비를 거는 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우스웠다.

참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나 간사해서, 맥주하나로도 달라질 수 있는 구나?

정말 마음먹기 달린게 사람이라는 말이 맞다. 그 옛날 원효대사님도 그 마음먹기를 이렇게 깨닫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