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사랑은 마치 불장난 같아서, 다치니깐

Books · 소급 기록 · 2022-12-15 읽음

· 프랑수아즈 사강 (김남주 옮김)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블랙핑크는 말했다.
"사랑은 마치 불장난 같아서, 다치니깐"

때로는 따뜻하게, 또 때로는 뜨겁게,
우리를 달구기도 또 데이기도 하는 것,
그렇기에 한없이 조심하게 다가가야 하는 것, 사랑이다.

폴과 로제 그리고 시몽은 이러한 사랑의 불이다.

왜 우리는 조심해야 하는가, 또 왜 우리는 그 따스함과 뜨거움을 갈구하는가

이제는 다 타 들어가 자그마한, 꺼질 듯 말 듯한 불씨로 남은 로제와
그 젊은 열정에 무엇보다도 뜨겁게 타오르는 시몽 사이에서,

더 이상 뜨거움을 느낄 수 없는, 차게 식어버린 로제와
그 뜨거움에 온 몸이 데이고 타 들어갈 것 같은 시몽 사이에서,

작가는 폴 그리고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아마 혹자를 포함한 독자는 폴의 감정을 그대로 따라 갔을 것이다.
차게 식어버린 로제 보다. 멋진 외모와 뜨거운 열정을 가진 시몽을 따라
그 따뜻함에 안기고 싶었을 것이다.

여름 밤 전등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태양을 따라가는 이카루스처럼,
뜨거운 불을 향해 말이다.

사랑이란 감정은 위험을 무릅쓰고, 더러움을 견디고, 나를 버리도록 한다.
그리고 그건 분명 모두가 가진 본능적인, 가장 인간 다운 행동일 것이다.

그리고는 그 사랑의 끝에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물음에 피어난 한여름밤의 꿈에서,
우리는 깨어난다.

사랑에 가려서 보이지 못했던, 그 뜨거운 불빛에 눈이 멀어 보지 못한 것을,
기어코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며 깨어난다.

뜨거운 만큼 빠르게 타오르고,
다 타버린 끝에는 빠르게 식어버림은 당연한 결과이다.

폴은 더우기, 마르크와 그리고 로제와 함께 오랜 시간 그녀를 태워왔기에,
시몽은 그녀에 마지막 불꽃이었을 뿐, 오랜 시간 태울 수 없었다.

폴 또한 시몽과 함께 타오를 수 없었다.

폴은 그렇게 짧게 그녀를 태우고는,
다시 그녀와 오래도록 타고 있던 식어버린, 조그마한 온기만 남은 로제에게 돌아가며 그 여정을 마감한다.

혹자는 책을 읽으며, 여러 온도와 무게를 갖고 있는 사랑을 본 것 같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폴과 로제 그리고 시몽은 사랑의 온도를 보여준다.
결핍이 줄 수 있는 차가움과 집착이 줄 수 있는 뜨거움 사이에서, 온기를 찾아가는 사랑을 말이다.

그리고 로제와 마르셀 그리고 폴은 사랑의 무게를 보여준다.
그들이 보여주는 건, 욕망과 욕구에 끌려다니는 그 가벼움과 그 무게감에 유연성을 잃고 풍파에 깎여도 그 자리에서 움직 일 수 없는 무거움 속에서 적당한 무게를 찾아가는 사랑이다.

결국 이를 통해서, 이러한 관계 속에서 볼 수 있던건,
사랑도 인간 관계도, 우리는 그 차가움과 뜨거움 그리고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온기와 무게를 나눌 수 있는 적당함을 찾아야 한다는,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이야기였다.

우리는 어떻게 따뜻해지고, 어디쯤에 무게를 앉힐 수 있을까?
뭇 사랑이 떠오를 수 있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직은 타오를 것도 또 타오를 수 있는 불씨도 남아있어,
시몽처럼 타오르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기에,

그 어리석은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 또 재미있었다.